Q1. 안녕하세요, 신정원 요리사님. Kollab Times 구독자 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탈리안 요리사 신정원입니다. 현재는 제주도에서 지구환경과 식재료가 관련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연구원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지내고 있지만 주 분야는 이탈리아 지역 전통요리를 연구하고 요리하는 것이고, 이를 토대로 각 지역의 특산물과 재철의 이야기를 담아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이어나가고 있어요.
Q2. 이탈리아의 멋지고 아름다운 지역 중에서 특히 시에나로의 여정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시절 독문학과 심리철학을 전공하며, 독일 Bonn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에서 지내면서도 평소 이탈리아 음식에 관심이 많던 저는 ‘정말 파스타의 고향에서 먹는 스파게티의 맛을 어떨까? 올리브오일은 어떤 맛이 날까?’ 라는 막연한 궁금증을 가지고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때 처음 갔던 도시가 이탈리아 중부지역 피렌체와 시에나입니다. 좋은 올리브오일 생산지로 유명하다는 글들을 보고 선택해서 간 곳이었죠! 마침 Farm-stay를 하며 일을 돕고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올리브농장에 찾아갔었어요. 그곳이 바로 시에나에 있는 올리브농장이었습니다. 이 첫 인연을 시작으로 시에나는 저의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 되어버렸어요. 그 뒤로 시에나 대학에서 잠시 학교도 다녀보고 현지 친구들도 사귀고, 그리고 지금도 그 곳에서 함께 했던 분들과 인연을 이어가며 지내고 있습니다.
Q3. 시에나에서 요리와 함께한 시간, 그 곳의 생활을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시에나에서 홈스테이를 할 때 호스트로 계시던 아주머니 아저씨가 저에겐 요리 스승님이세요. 시에나에서도 손맛 좋기로 소문 나신 분들인데, 12년 전 첫 홈스테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음식 조언을 해주세요. 함께 식사를 할 때마다 각 재료들과 음식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언제나 들려주셨죠. 아저씨는 나폴리 출신 분이셨는데, 그래서 시에나 외에 나폴리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었어요. 문학과 재즈를 좋아하는 저와 취향이 같은 아주머니는 이에 관련된 이야기를 저와 많이 나누셨어요. 음식과 문학 그리고 음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에나의 삶은 지상낙원이었죠. 이제는 이탈리아에서 지낼 때마다 항상 함께 하는 가족이자, 제 요리의 방향성에도 아주 많은 영향을 주신 분들입니다.

Q4. 이탈리아에 오시기전, 제주도에서 생활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주에서의 요리, 생활들을 잠시 이야기해주세요.
우연한 기회에 제주도 전통 음식을 하게 되었어요. 평소 한식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제가 이탈리아에서 해오던 작업들과 같은 결을 가지고 한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시작하게 되었죠. 제주 음식과 관련된 생산자들과 장인들을 만났어요.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답게 날씨도 사람도 모두 따뜻해요. 그와는 달리 전통음식들은 한정된 섬의 식재료로 만들어져 육지처럼 다채로운 식문화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투박하고 간결하지만 제주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맛들에 한동안 푹 빠져있었죠. 아! 그리고 2년 동안 밭농사 배우며 직접 20여종의 채소들을 1년동안 경작도 했어요 !

Q5. 현재 주로 어떤 요리를 선보이시나요? 요리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맛이나 질감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이탈리아의 식문화와 다양한 음식들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요리를 시작해서 지금은 ‘계절과 재료의 윤리성을 고려하며 지역의 이야기를 짙게 담을 수 있는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전해져 온 음식들을 통해, 그 지역을 온전히 느끼고 맛볼 수 있길 바랍니다.
Q6. 풍부하고 다양한 이탈리아 식재료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요리사님의 요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가 있다면 소개해주실수 있을까요? (ex.신선함, 계절성, 지역성)
가장 중요한 건 재료의 신선함과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당연히 제철 식재료가 좋고, 되도록 그 재료들을 직접 생산자들과 소통하여 수급하려 해요. 요리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올리브오일 같은 경우에는 이탈리아에서 방문했던 농장 오일들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또는 맛을 먼저 본 뒤 나중에 그 농장에 직접 찾아가는 경우들도 있지만요. 그만큼 생산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에 신뢰와 믿음이 포함되면 맛이 더 견고해질 수 있어요.

Q7. 전통적인 요리법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창의성을 더하는 요리사님의 요리가 굉장히 인상적이였습니다. 한 접시에 두 가지를 조화롭게 담아내는 요리사님만의 조리법이나 선호하는 방식이 있을까요?
처음 이탈리아 전통음식을 하려고 결심을 했을 때, 한식보다 스트레스가 컸어요. 한국에서 요리를 할 때 ‘틀’을 깨지 않으려고 이탈리아에서 사용하는 것들과 같은 것만 찾으려다 보니 당연히 불가능한 것들이 너무 많았죠. 그러다 ‘지역성’에 중점을 두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며 요리하게 되었죠. 과거와 현재는 공존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지금 현재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항상 고려할 뿐이에요. 그 존재해 온 음식을 현재의 제가 표현하기 위해 당연히 조금 달라진 재료와 식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러운 맛과 변화를 줄 수 있었어요.
Q8. 이탈리아 요리는 사랑과 많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요리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관계의 미학(relational aesthetics)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요. 1990년대에 이탈리아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가 만든 예술 용어로 ‘인간 사이의 관계와 그들의 사회적 맥락에 영감을 기반으로 하여 창조한 예술’을 일컫는 말이에요. 음식과 생산자 그리고 식사를 함께 하는 사람들, 그 계절 등을 떠올리면 어느새 뗄 수 없는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돼요. 그래서 저는 요리하는 순간들마다 종종 복합적인 감정과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오묘하고 행복하고 즐겁죠. 저는 이게 관계의 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미학을, 기억을 음식에 최대한 담으려 노력하죠.
Q9. 해외에서 생활하는 구독자들을 위해, 집에서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해주신다면? (혹은 이탈리아에서 생활하실때 집에서 자주 만들어 드신 요리는?)
파스타 프리타타 (Pasta frittata)를 정말 많이 해먹어요. 한국에서 먹는 볶음밥 오므라이스랑 비슷한 요리인데요. 이 음식은 주로 남은 파스타나 식재료들을 넣어 만들어요. 특히 자주 먹다 남기는 토마토 스파게티, 까르보나라, 리조또로 많이 만들죠. 남겨진 음식들에 새 생명력을 주는 음식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가 달걀을 좋아해서 자주 해먹어요. 물론 원하는 새 식재료들을 사용해서 만들어 먹기도 해요! 프릿타타를 위한 재료는 달걀, 치즈(좋아하는 치즈 무엇이든), 올리브오일, 소금 그리고 남은 파스타(넣고 싶은 남은 식재료 무엇이든)입니다. 볼에 모든 재료를 충분히 잠길 만큼의 달걀을 풀고 재료들을 넣어 치즈와 소금으로 간을 한 뒤 섞어 줍니다. 저는 동그란 팬에 오일을 골고루 바르고 150도 이상의 열에서 천천히 바삭하게 익힌 뒤 케익처럼 잘라먹는 걸 좋아하는데요. 조그마한 머핀 틀에 나눠 담아 굽거나 화력을 이용하여 팬에서 직접 노릇노릇 구으셔도 되요.

Q10. 해외에서 생활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요리사님의 요리에 영향을 미친 일이 있었다면?
8년 전, 시에나 가족분들과 함께 요리하던 때예요. 아저씨와 양파를 볶아 치즈를 넣고 리조또를 만들 계획이었는데, 제가 양파를 볶는 모습을 아저씨가 보더니 제가 너무 요리하는 기계처럼 요리를 한다고 말하시더라구요. 그리곤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재료를 어루만지고 달래며 요리해라. 이걸 이탈리아 말로 insaporire라고 하지.’라고 하셨어요. sapore는 이탈리아 말로 ‘맛’이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in-saporire는 속에 있는 맛을 더 이끌어낸다는 뜻이죠. 제가 재료를 충분히 잘 볶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말을 배운 이후로는 재료를 더 어루만지고 달래며 요리합니다. 🙂
Q11. 이탈리아의 싱그러움과 사랑을 담는 신정원 요리사님, 앞으로 추구하는 요리의 방향이나 목표에 대해서 듣고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관계의 미학을 표현하기 위해 사람과 이야기 그리고 재료들을 끝없이 경험하고 싶어요. 또한 식재료들이 윤리적이고 이로운 생태계에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리를 다양한 사람이 즐기며 교류하는 공동 식사(Communal dining)을 추구하고 그 경험을 통해 기분 좋은 포만감과 따뜻하고 편안함으로 긴장을 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직접 농사를 해서 팜투테이블로 이 분위기를 담고 싶어요.
Q12. 마지막으로, 콜랍과 함께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앞으로 콜랍에 함께 하시게 될 분들과 교류하며 재밌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다양한 분야가 모여 즐거운 이벤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제가 담아 가는 여러 지역의 식문화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겨 콜랍을 통해 전달하는 상상도 해보았어요! 환경(Condition & environment)과 음식의 연관성에 대하여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