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cen Beeckman ‘Ping-Pong’ x 마음과 그밖의 속도

[김윤한라 작가의 눈을 통해 읽어보는 전시]

An Exhibition Through the Eyes of Halla KIM

방쌍 비크만 (Vincen Beeckman)은 벨기에 브뤼셀을 기반으로 하는 사진작가로 인물 사진을 찍는다고 표현하기에는 깊이 감이 아쉬워 인물의 삶을 기록하는 작가라 지칭하고자 한다.

FOMU(Photo Museum Antwerp) 에서 열린 개인전 은 총 4개의 주제로 Cracks, Les Intimes, La Deviniere 그리고 FOMU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전시되었다. 이 전시에 조금 특별한점이 있다면, 입구에서 받은 작은 네모 모양 스피커로, 수화기처럼 오른쪽 귀에 갖다 대면 작가가 작업과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랑스어를 선택한 나는 작가의 목소리로 실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전시장 안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서 있는 모습이 거실에서 전화하던 엄마를 보는 것 같아서 전시를 보기에 앞서 바닥에 앉아 전시장 사람들을 구경했다. 어떨땐 그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 하느라 허공을 보고, 또 어떨땐 그가 말하고 있는 대상을 찾느라 여기 저기 시선을 휘젓고, 그러다 찾은 인물을 바라보며 그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평소라면 그냥 보고 지나갈 사진에서 인물의 서사를 친밀히 전해 들으며 그들에게 가까워지는 경험이었다.

크랙스 (Cracks)

“크랙스 (Cracks)”는 브뤼셀 중앙역 주변에서 생활하는 노숙자와 오랜 시간관계를 형성하고 그들 일상을 촬영한 작업이다. 수화기에서 방쌍은 ‘이작업은 4년 그 이상, 시간이 오래걸리는 작업이었다. 안녕? 사진찍어도 될까? 할수 있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진속 인물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 책으로 나왔을때, 그들은 그를 비웃으며 ‘누가 이런걸 사냐?’ 라고 했다. 결과는 그들의 예상을 빗나가 그 해 책은 2판 인쇄에 들어갔다.

크랙스는 ‘약’의 은어다. 파리에서도 기차역이나 메트로에서 주절거리는 크랙커를 자주 만날수 있다. 나는 익히 그들이 따라오며 시비를 걸거나, 욕을 하는 일방적인 경험을 한적이 몇 번 있는데 그럴때 마다 차라리 말 같지도 않은걸 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한다. 욕은 기본이고 무의식속 편협한 인종, 성별, 취향에 망상을 섞인 비난이 시선이 마주치면 시동을 건다. 나는 경험적으로 내외형이 그들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버튼이 된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오늘 방쌍이라는 임시 부교가 세워졌다.

방쌍은 길에서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한 남자와 가까워져 그의 일상을 함께했다. 영상 속 남자는 방쌍을 자기 아파트에 초대하며 바닥을 청소하는모습,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의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집 베란다에 앉은 비둘기를 어떻게 쫓는지 보여줬다.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궁금해 했지만 근래 가장 재밌는 사람을 만났기에 양보할 수 없었다. 방쌍이 아니었다면 평생 보지 못했을 모습 아닌가?

“레엉팀 (Les Intimes)” 은 한가족과 이 가족의 사진사가 된 방쌍의 이야기다. 작가는 운이 좋게도 어느 가족의 전담 사진사가 되어 생일, 할로윈,이사,결혼식 같은 가족 행사의 솔직한 시간을 기록했다.

할머니와의 촬영 에피소드를 길게 이야기 했는데, 처음 만났을때부터 몸이 좋지 않으셨던 할머니를 집에서, 그 다음으로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장례식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그 중 할머니의 마지막날을 예견한 가족들이 병실에 모여 울고 있을때, 구도를 맞춰서 이리저리 이동하는 모습이 불편해 카메라를 내린 방썽은 ‘계속 찍어줘, 가족의 모든 일을 찍기로 했잖아.좋은 장면들 만을 남기기위함이 아니야’ 라는 말을 들었고 이윽고 촬영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 구역의 사진은 하나씩 보면 재밌지만 다같이 보면 따뜻하며 누군가의 카메라에 비치던 가족의 모습이 어느 순간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하는 아이의 눈에 비춰진다. 나는 그 말라 비틀어진 생선을 든 아이의 눈에서 그도 가족이 되었음을 느낀다.

Ping-Pong 프로젝트를 위한 메모들

‘PingPong’의 전시 동선은 이렇게 구분된 공간을 한 바퀴 돌면 입구로 돌아오는 형식이다. 울고 웃고 떨리는 마음으로 전시를 나오면, 타이틀 옆에 있는지도 몰랐던 숫자의 정체를 알게된다. 대문짝 만한 작가의 휴대폰 번호. 개인 정보에 예민한 한국인의 마음은 이제 다른 방향으로 떨리기 시작한다. 아무튼 진짜 앞 뒤가 똑같을 것만 같은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번호를 먼저 오픈하고서는 연락이 안될수도 있고, 답장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인연이 닿는다면 자신을 집으로 초대해달라고 말한다. 핑- ,그가 던지면 누군가가 받을수도 있고 안 받을수도 있다. 입구에서 다시 한번 그의 가볍고, 교류하고, 예측 불가한 관계의 움직임이 보인다. 벨기에 안트워픈의 여행은 여유있는 풍경과 다르게 마음은 침전했다. 그렇지만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은 지긋이 이 모든 감정이 가라앉아 지루함에 도달하는 순간을 기다리는것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문득 생각난 전시 광고처럼 뜻밖의 선물이 되기도 하고 또는 방쌍의 핑퐁처럼 답장 없이도 우연이 닿아 가볍게 튀어오르리라. 속도는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마음은 불안을 견뎌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불안이 바닥에 닿는 순간을 기다리는 포식자가 되어 마음에서 그밖으로, 다시 그밖에서 마음으로 튀어 올라 새로운 흐름을 따르리라.

[글 제공: 김윤한라 야생의 자매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사진출처: Studio Palermo ⓒVincen Beeck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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